"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구함은 부처님 법을 따른..."
2013.04.29 | 김성호 기자

대흥사 29일 서산 대제 국가제향 재현 행사 앞두고 서산대사 격문 공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망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임진왜란 당시 왜적을 물리친 호국충혼의 정신을 기리는 서산대제가 오늘(29일)열린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이 주최하고 제22교구 본사 대흥사(주지 범각스님)가 주관하는 '탄신 제493주년 호국대성사 서산대제'가 개최되는 것.
오늘 열리는
서산대제는 중요무형문화제 제56호인 종묘제례보존회가 집례하는 봉향을 시작으로 봉향의식으로 이어진다. 봉향의식은 '춘추시향축문'과 표충사
'향례홀기', 제물배치도인 '진설도'에 근거한 유교식 봉향의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서산대제'는 조선 선조때 시작돼 정조때 부터는
예조에서 파견된 예조관과 전남 5개 고을 현감, 그리고 대흥사 스님들이 함께 봉행해왔던 국가제향 행사로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일으켜 평양성을
탈환한 서산대사 휴정(1520~1604)을 기리고 있다. 서산대제는 정조 이후에는 해남 대흥사 표충사와 묘향산 보현사 수충사에서
제향으로 매년 봄·가을 치러졌으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맥이 끊겼었다. 이와 관련 대흥사는 조선 정조 당시에 지어져서
사용되었던 기록(대흥사 성보유물관 소장)인 유교식 제문 '표충사 향례홀기'와 '진설도'에 근거해서 오늘날 복원한 최초의 서산대사 제향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 해로 두번째 행사를 갖는 것이다.
한편 대흥사는 서산대제를 앞둔 지난 25일 서산대사가 1592년 6월 16일
왜군에 맞서 싸울 것을 격려한 격문(格文) 전문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격문에는 "백성을 구함은 부처님
법을 따른 우리 조상이 대대손손 받들어 온 전통이다", "참변에 울부짖는 백성들이 분하고 원통하오. 지체없이 일어나 왜적들을 토벌
격멸하시오"라는 등 왜군에 맞서 싸워야 하는 당위성등 서산대사의 우국충정의 마음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격문은 오늘 행사에서 격문 전문이 낭독될
계획이다.
다음은 서산대사의 격문 요약이다.
"아 조국의 운명이 위태롭도다. 극악무도한 적도가 하늘의 이치를 거슬러
함선 수천 척으로 바다를 건너오니 그 독기가 조선 천지에 가득한지라. 삼경(三京)이 함락되고 우리 선조들이 누천년 이룬 바가 산산이 무너지도다.
저 악귀들이 조국을 무참히 짓밟고 무고한 백성들을 학살하는 광란을 벌이나니 이 어찌 사람이 할 짓이랴? 조선의 승병들이여!
일어서시오! 중생을 대신해 고통받는 바 곧 보살이 할 바요, 나아갈 길이라, 일찍이 원광법사께서 임전무퇴라 이르시니, 무릇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구함은 부처님법을 따른 우리 조상들이 대대손손 받들어 온 전통이오. 우리 백성이 살아남을지 아니할지, 조국이 살아남을지 아니할지, 모두가 이
싸움에 달려있소. 조선의 승병들이여! 나이가 들고 쇠약한 승려는 사찰을 지키며 구국제민을 기원하게 하시오! 몸이 성한 그대들은 무기를 들어
적도를 물리치고 조국을 구하시오! 적도를 쓰러뜨릴 보검을 움켜쥐시오! 참변에 울부짖는 백성들이 분하고 원통하오. 촌각도 머뭇거릴 수 없소.
지체없이 일어나 왜적들을 토벌 격멸하시오. 조선의 승병들이여! 일어서시오! 조정대신들은 당쟁 속을 헤매고 군관들은 전선에서 도주하니 이
아니 슬프오? 어찌 우리 민족의 치욕이 아니리까? 이제 우리 승병만이 조국을 구하고 백성을 살릴 수 있소. 불보살이 그대들의 나아갈 길을
보살피고 거들지니, 순안의 법흥사로 집결하시오! 나 휴정은 거기서 그대들을 기다릴 터이오. 우리 일치단결하여 결전의 싸움터로 용약
진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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