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인 군산 동국사(주지 종걸스님)는 제작 연대가 16~17세기로 추정되는 가로형 쌍림열반상도(雙林涅槃相圖) 한 점(가로 225cm 세로 93cm)과 칠언율시 족자 두 점, 회화작품 두 점 등을 공개했다.
팔상도(八相圖)의 하나인 쌍림열반상도는 석가모니 일생을 나타낸 불화(佛畵)로 여덟 폭으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지며 두 장면을 한 폭에 그리는 경우도 있다 한다. 불화는 마(麻) 소재 바탕에 진채(眞彩)로 그렸으며 위쪽에 막대를 끼울 수 있는 고리가 달려 있다. '쌍림'은 부처가 열반에 들었던 곳에 서 있던 사라나무(Shorea Robusta) 두 그루를 뜻한다.
▲ 일제가 약탈해간 문화재 반입 과정을 설명하는 종걸 스님 ©조종안 | | 종걸 스님은 지난 6월 28일, 대형 불화 1점이 일본 경매시장에 출품된 사실을 알아내고 이치노헤 쇼코(一戶彰晃·아오모리 운상사 주지) 스님에게 의뢰하여 내용을 파악한 결과 "관서지방 모 사찰에서 봉안하다 규슈의 대집당(大集堂) 화랑에서 매입한 '조선 불화'로 우리(일본)가 임진왜란 때 약탈했거나 일제강점기 훔쳐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답변을 듣고 입수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다.
종걸 스님은 불화 전문 학자들에게 자문을 얻은 결과, 화기가 없어 확실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조선 시대 불화가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이치노헤 쇼코 스님을 통해 구매하여 지난 7월 25일 김포공항을 통해 무사히 동국사로 모셔오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일제가 약탈한 문화재를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민간인 주도로 환수하는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
귀환한 쌍림열반상도, 국내 최고본으로 평가
▲ 석가가 오른쪽 옆구리를 바닥에 대고 옆으로 누워 열반에 드는 장면 ©조종안 | | 군산 동국사로 귀환한 쌍림열반상도는 깊은 녹색과 고운 적색의 석채 물감과 금분을 주로 사용했으며 석가가 가섭에게 두발을 보이는 장면, 여덟 왕이 사리를 나누는 장면, 사라쌍수 아래에서 열반에 든 석가를 중심으로 보살들과 제자들이 애도하는 장면 등 부처의 열반 당시 장례 모습이 모두 담겨있다.
보관(寶棺) 위에는 석가가 오른쪽 옆구리를 바닥에 대고 옆으로 누워 열반에 들었으며, 석가 주위에는 슬퍼하는 보살과 제자들을 포함한 여러 성중이 비통해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사라쌍수는 두 가지를 구부려 하나 된 모습을 하고 있으며 화면 상단에는 석가가 열반에 들자 하늘에서 마야부인이 내려와 애도하는 장면과 공중에서 쏟아지는 오색 사리와 가야금·거문고 등 조선 전통악기로 화폭을 가득 채우고 있다.
▲ 이운 법요식에서 ‘쌍림열반상도’에 대해 설명하는 이흥재 관장 ©조종안 | |
전북 도립미술관 이흥재 관장은 "눈·코·입 모양에서 그림 속 인물이 모두 한국인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제하고, "고증을 거쳐 연대가 확인되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직지사 소장 '용문사 팔상도 쌍림열반상'(1709)보다 1세기 이상 앞서 제작된 작품으로 생각된다"며 "유일한 가로형 열반도 걸개그림으로 조선 시대 불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국내 최고본 팔상도로 평가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미술사연구소장 문명대 박사(동국대 명예교수)는 "쌍림열반상도는 일부 덧칠한 부분이 있으나 진품이 확실하며, 국적과 제작연대가 확인되면 사상 최초로 발견된 가로형 열반도가 될 전망으로 육안으로 봐서는 수백 년 이상 된 것이 틀림없다"면서 철저한 고증을 받도록 당부했다.
종걸 스님은 31일 오전 10시 30분 동국사 대웅전에서 열린 쌍림열반상도 이운 법요식에서 일본의 유명한 화가 와타나베 카잔(渡邊華山: 1793-1841)의 19세기 작품 '조선통신사 가옥 수리도'와 유춘 이인문(1745-1821)의 '산수화'(山水圖), 김옥균(1851-1894) 친필 칠언율시 족자, 의친왕 이강(1877~1955)의 칠언율시 족자 등 네 점을 추가로 공개했다.
▲ 왼쪽부터 차례로 조선통신사 가옥 수리도, 유춘 이인문의 산수화, 김옥균 친필 족자, 의친왕 친필 족자. ©조종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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