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기원 ‘범어사’ 수륙재..3천여 사부대중
2013.03.28 | 김성호 기자
“다른 민족을, 사람을, 생명을 고통 속에 몰아넣는 업을 짓지 마십시오. 이웃나라의 국민이 행복해하는 일은 내 나라의 국민들에게도 기쁨이 되는 일. 군비증강을 위해 계획했던 예산을 되돌려 평화를 증진하는 일에 써주십시오”
정전 60주년을 맞아 26일 부산 금정구 범어사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기원 수륙재'에서,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원산스님이 낭독한 ‘21세기 세계지도자에게 보내는 메시지’ 가운데 일부분이다.
북한 핵 개발을 둘러싼 갈등으로 한반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서 유일하게 유엔이 승인한 유엔평화특구가 있는 부산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기원하는 뜻깊은 행사가 펼쳐진 것.
전몰군경과 민간인 희생자 애도..‘수륙재’
대한불교 조계종이 주최하고 한국전쟁 정전 60주년 한반도평화대회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 수륙재는 전몰군경과 민간인 희생자를 애도하고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부대중 3000여명이 참석한 이 날 수륙재는 범어사 부주지 범산스님의 경과보고를 시작으로 한반도평화대회 수석부위원장이자 조계종포교원장 지원스님이 봉행사를 낭독했다.
범어사 조실 지유스님은 “한국전쟁 당시 희생영가들을 범어사 큰방에 모시고, 당시 범어사 조실 동산스님과 대중 스님들이 함께 날마다 분향을 하고 추모했던 기억이 새롭다. 한국전쟁 정전60주년을 맞아 생사에 따라가지 않는 맑은 주인공으로 깨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반도평화대회 상임부위원장 수불스님은 “해양과 대륙을 연결하는 국제항구도시 부산의 범어사는 한국전쟁 당시에도 각 지구 전선에서 사망한 장병들의 영현을 모신 가운데 동산 큰스님께서 법주(法主)가 되시어 ‘전국군경합동위령제’를 봉행한 곳이자 전장에서 귀향한 향토 출신 전사자들의 유해를 처음 안치한 성지”라며 의미를 새겼다.
수륙재는 국가 위기 때 나라를 위해 희생된 고인의 넋을 추모하는 불교의식이다.
9월까지 부산과 서울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 다양한 행사
1950년 8월 18일 부산을 임시수도로 정한 정부와 군이 범어사와 동래온천 인근 금정사에 '순국 전몰장병 영현안치소'를 설치하고 수년간 전쟁으로 숨진 군경의 위패를 모시고 넋을 위로했다.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이 주한 미군 사령관과 함께 위령제에 참석하기도 했다. 범어사가 당시 임시 현충원 역할을 했기 때문.
이 같은 연고 때문에 수륙재가 이곳 범어사에서 열린 것이다. 조계종은 이번 수륙재를 시작으로 올해 9월까지 부산과 서울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다음달 6·25 참전국 대사 초청 리셉션에 이어 5월 10일(범어사)과 13일(잠실)에는 틱낫한 스님을 초청해 평화 걷기와 명상의 시간을 마련한다. 6월 16일에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6·25 전사자 위문위령법회가 진행된다.
또 9월 27일 부산에서 '6·25 한국전쟁 정전 60주년 한반도 평화대회'를 개최하는 데 이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초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같은 달 9~30일 유엔 광장거리와 부산시내에 5만 개의 등을 설치해 '평화의 빛 거리'를 조성하는 등 부산 곳곳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행사도 열린다.
한편 이 날 수륙재에는 이윤희 중앙신도회 부회장, 허남식 부산시장, 김정훈 국회의원, 김석조 부산시의장 정호섭 해군작전사령관 등의 내외빈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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