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부터 추진된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月精寺)의 자연명상마을은 한국의 전통적 명상·참선 문화와 오대산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세계적 명상 센터로 도약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이곳은 인간과 자연이 가장 생존하기 좋은 해발 700m의 고지에 위치해 있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 전나무 숲과 한강 발원지인 우통수, 금강연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를 보관했던 오대산 사고(史庫)가 복원됐으며 월정사 성보(聖寶)박물관은 상원사 동종, 문수동자좌상, 월정사 팔각 9층 석탑 등 국보를 비롯해 문화재 2111점을 소장하고 있다. 무형문화로 월정사 탑돌이, 사찰학춤 등이 전해져 내려오고 조선 세조가 문수동자를 만난 이야기 등 설화도 풍부하다.
이러한 문화적 자원을 바탕으로 자연명상마을은 치유센터 등 20개 동의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들 건물은 이산화탄소를 가급적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으로 건립한다. 총 사업비는 300억 원가량. 치유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참선, 템플스테이, 숲속명상, 달빛명상, 걷기명상 등 ‘명상치유’를 비롯, 오대산 산림 문화자원 및 오대샘물을 활용한 ‘자연치유’, 사찰 음식 및 오대산 산나물·약초를 활용한 ‘음식치유’, 불교음악·미술을 활용한 ‘예술치유’ 등이 운영된다.
2017년 완공 목표인 자연명상마을은 우선 평창 겨울올림픽과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주요 종목이 열리는 알펜시아 리조트와 차로 15분 거리여서 올림픽 때에는 숙소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자연명상마을에서 직접 치유 수행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월정사, 상원사를 비롯해 기존에 조성된 성보박물관과 한강시원지체험관 등을 돌아보는 수행 자연생태 역사문화 체험 코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자연명상마을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와서 힐링하는 수행 공간 꿈꿔” “마음뿐 아니라 몸까지 함께 건강하게 하는 자연명상 마을을 만들 생각입니다.” 강원 오대산 월정사 주지인 정념 스님(60)은 최근 2017년 개관을 목표로 월정사 입구에 자연명상마을을 만드는 일에 힘쓰고 있다. 약 20만m² 대지에 세우는 대형 불사다. 1980년 출가해 2004년부터 주지를 맡아온 그는 2015년 말 4번째 연임을 하게 됐다.
그는 주지를 맡은 뒤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프로그램을 잇달아 개발해 대한불교 조계종 내 ‘히트상품 제조기’로 꼽힌다. 천년의 전나무 숲길 걷기 대회를 열고 일반인이 한 달간 삭발하고 출가를 체험하는 단기출가학교를 만들었다. 단기출가학교에는 지금까지 3000여 명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150명이 출가했다. 수행도 게을리 하지 않아 본사 주지를 하면서도 1년의 절반을 하안거, 동안거로 선방에서 수좌들과 보낸다. 2008년 월정사 내에 만월선원을, 2012년엔 일반인을 위한 문수선원을 열었다.
세계적 명상 마을인 프랑스 플럼빌리지의 틱낫한 스님은 2013년 월정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산세와 기운이 뛰어나 명상 센터가 들어서기 좋은 곳”이라고 칭찬했다. 정념 스님은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평창에 계속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하려면 월정사와 주변 환경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산업 중 하나인 명상 치유를 특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 “법당신앙 벗고 불교가치 세계화”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오대산 월정사의 정념 스님은 올해로 13년째 주지를 맡고 있지만, 여름과 겨울안거를 단 한번도 거르지 않았다. 스님은 “궁극을 향한 자기수행이랄까. 아무리 사중 일이 많아도 안거(安居)에 들지 않으면 출가자로서 근본적으로 해야 할 일을 놓치고 딴일 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찾아오는 신도들에게 법문을 해주고, 종무회의도 주관하지만 ‘좌복을 벗지 않는 것이 결제정신’이라는 원칙과 선원 대중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안거 중에는 되도록이면 바깥출입을 금한다. 정념 스님은 2016년에 조계종 교구장 스님들의 협의체인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을 맡았다. 교구장의 임무를 비롯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교구본사의 역할과 제도적 보완점 등에 관한 스님의 소신은 대단히 투철하고 분명했다. 특히 ‘2018 평창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전세계인들에게 한국 불교를 제대로 선보이겠다는 열정과 각오는 남다르다. 정념 스님은 “프랑스의 플럼빌리지와 같이 많은 세계인들에게 정신적 치유와 더 나아가 깨달음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고 싶다”며 “잘만 한다면 변방의 산중불교의 작은 변화와 더불어 한국불교가 세계 속으로 뻗어나가는 중요한 초석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명상 치유마을을 만들려는 이유는…. “현대 도시문명의 병리 현상 때문에 사람들이 힐링, 웰빙에 대한 욕구가 매우 커졌다. 그런데 좋은 명산대찰은 관광지화 돼 수행과 힐링의 공간으로 적극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와서 힐링하는 수행 공간을 만들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뜻이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전에 문을 열어 올림픽에 오는 외국인도 한국 수행의 정수를 맛볼 수 있으면 좋겠다. 틱낫한 스님의 플럼빌리지 등 세계 7대 명상 센터는 거의 유럽과 동남아에 있고 동북아 지역에는 하나도 없다. 불교가 흥한 동북아에서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자연명상 마을이 필요하다.” -명상 치유인데 몸까지 돌보겠다는 발상이 생소하다. “마음과 몸은 불이(不二), 둘이 아니다. 제대로 수행하려면 몸이 받쳐줘야 한다. 몸이 힘들면 짜증나지 않나. 부처님도 요가 수행을 했고 중국에 불교를 전한 달마대사는 내공과 신체 단련을 다룬 『역근세수경』을 지었다. 최고의 수행자도 몸을 신경 써서 챙긴 것이다. 월정사 선방에선 안거 기간 중 자체 개발한 참선요가 시간을 매일 갖는다.” 그는 휴대전화로 자신의 몸을 찍은 영상을 보여줬다. 호흡을 통해 배를 거의 등에 밀착하듯 집어넣고 내장 장기를 가운데로 모은 뒤 상하좌우로 돌리는 신기한 영상이었다. 그는 “참선요가 등으로 오랫동안 몸을 단련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어떤 프로그램으로 명상 치유를 할 생각인가. “세계적 명상 센터들이 주로 남방불교인 위파사나를 기초로 하고 있다. 우리의 간화선은 수행의 정수가 녹아있는 아름다운 꽃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접근하긴 어려운 꽃이어서 줄기와 뿌리를 만들려고 한다. 전통적 선(禪)을 바탕으로 한 수행과 몸을 쓰지 않는 현대인을 위한 신체 단련 등을 융합해 간결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2015년 12월 월정사 주지로 임명됐다. 2004년 첫 주지 후 4선(選) 연임이다. 2020년 임기까지 16년간 주지소임을 맡는 셈이다.어떠한 변화를 추구했는가 “교구를 이끄는 수장은 교구 구성원들과 함께 변화를 도모하면서 역동적인 성장을 일궈야 하는데, 한 주지가 오래 살면 짐짓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12년간 안정된 교구를 유지하면서 대중들의 인식을 발전적으로 변화시키고 시대가 요구하는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했고 그만큼 결실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은둔적이고 소극적이고 전통적인 법당 중심의 산중불교에 역동성을 불어넣어서 도시문명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호소하는 온갖 병리현상들을 치유할 수 있도록 유·무형의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집중했다. 단기출가학교, 천년숲걷기 행사, 오대산문화축전, 요양시설 등 복지시설 설립 등이 그것이다.” -수행과 복지, 포교와 교육 등에 관한 교구본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산중사찰에서 복지란 과거에는 어른 잘 모시고 병약한 사람을 사중에서 잘 돌보는 것이 전부였다. 지금은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시대다. 수행 역시 선원 중심의 수행가풍을 중시하다 보면 현대인들에게 다가가기 쉽지 않다. 웰빙문화를 지향하면서 마음치유를 갈망하는 요즘 사람들의 근기(根基)에 걸맞도록 불교적 수행가풍을 새롭게 구현해야 한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법당중심의 기도와 불공, 염불에서 나아가 생명생태적인 삶과 친환경적 가치관 등을 공유하는 신도교화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신앙적 구복적(救福的) 종교가치는 유럽이나 선진국에선 이미 화석화되고 사라져가고 있다. 불교의 근본정신을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모색해야 할 때다.” -중앙 종단과 교구본사의 관계유형은 어떻게 설정돼야 바람직할까. “종단은 현 시대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문명이 가지는 한계성과 폐단을 연구와 교육을 통해 진단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불교의 정체성과 불교적 세계관을 담론으로 제시해야 한다. 교구는 현장의 실천적 조직이다. 종단이 정립한 거시적인 비판과 대안 속에서 어떤 디테일한 담론을 실천해낼 수 있을까 하고 교구는 고민해야 한다. 일(一)과 다(多)의 문제다. 하나 속에 전체가 있고 전체와 하나는 불가분의 연기적 관계를 갖고 있다.” -현 종단에서 지향하고 있는 ‘교구중심제’에 대한 견해는. “현대문명 자체가 지방화·분권화·자율화를 지향하는 수평적 문화구조다. 중앙중심제와 같은 문화는 획일성을 요구하고 행정 중심주의로 정치권력화 되기 쉽고 종교의 본질이 훼손되고 발전적 변화를 발목 잡을 수도 있다. 종교가 지니는 속성이 교조적이고 문화와 관습을 중히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불교는 무위공법(無爲空法), 즉 주(住)하는 바가 본래 없는 이치다. 불교적 세계관과 철학 속에서 이상적 승가와 교단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교구중심제다. 그러나 단위승가로서 교구가 인사나 재정은 물론 교구종회를 통한 자치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 부족한 현실이다. 단위승가(교구본사)마다 종헌종법에 기반한 자치기능을 부여하고 교구종회를 대폭 강화해서 교구와 인연 맺은 모든 활동주체들(재가자 포함)이 애종심과 책임성을 갖고 교구대중의 역할을 완수해야 한다.” -1980년에 출가해서 오대산 상원사 주지(1992~2004), 교구본사 월정사까지 20년 넘게 주지소임을 봐왔다. 스님만의 ‘주지론’이 있을 것 같다. “승가정신의 중심은 ‘화합’이다. 주지는 화합을 간과해선 안된다. 화합은 주지로서 도량을 이끄는데 기본적 근간이다. 화합대중을 구축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한국불교 전통인 문중불교가 교구화합의 이점이 되기도 하지만 분파주의로 인해 화합을 저해하고 교구개혁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교구장의 권한을 마음대로 행사하고 자기중심으로 정치적 구조를 만들려는 속성도 따를 수 있겠지만, 이를 최소화하고 무슨 일이든 원만하게 잘 풀어서 대중화합을 통해 주지의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화합이 깨지고 권력논리만 남으면 지도력에 ‘안티(Anti·反)’가 생겨서 그런 일에 에너지를 쏟다보면 하고자 하는 일들이 꼬이기 마련이다. 교구의 지도체제가 불안정하고 올곧은 권위가 형성되지 않으면 지역공동체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고 급기야 교구로서의 제역할, 불교적 가치구현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주지는 방향설정자로서 대중을 화합으로 이끄는 다리역할을 잘 해내야 희망을 심어주는 공동체로 성공한다.” ― 평소 계율처럼 마음에 담아 두고 있는 말이 있다면…. “집지실도(執之失度)면 필입사로(必入邪路)다. 집착이 강해 법도를 잃으면 반드시 삿된 길로 빠진다는 뜻이다.” -병신년(丙申年) 새해를 맞아 불자들에게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영가스님의 ‘증도가’에는 ‘화중생연 종불괴(火中生蓮 終不壞)’라는 구절이 있다. 불꽃 속에서 연꽃을 피워내야만 영원히 불타지 않고 부서지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 연꽃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인간의 이기심, 탐욕, 어리석음과 분노가 함께 불타는 올 한해, 한송이 연꽃이 피어날 수만 있다면 우리 삶은 평화와 행복이 되고 남북통일의 문도 열어내는 좋은 기운이 성성하리라 믿는다. 아프고 힘들어도 우리 안에 내재된 슬기로운 지혜심을 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수암(守岩) 문윤홍·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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