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아침부터 절마당에 한분 두분 얼굴을 내밀기 시작합니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달려와 버스에 자리를 채워 주었습니다.
지난 15일 자비도량참법 15차 회향을 하였습니다. 회향은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자 수행자들이 뭉쳤습니다.

삼보일배를 해보겠다는 지글 지글 끓어오르는 굳은 의지를 태우고 있는 법우님들을 태운 버스는 고속도로로 국도로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차안에서 아침 예불은 힘차게 드렸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우리의 의지만큼이나 푸르른 감포도량은 우리를 지켜주듯 곱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산으로 올라갈 준비를 단단히 하고 법당에 들어가서 삼배를 합니다.
산을 오르며 들려오는 새소리에 마음이 평화로와졌습니다. 천지 만물의 은혜 속에 그저 살아감을 감사합니다.
주지스님의 힘찬 목탁 소리와 쩌렁쩌렁한 관음정근의 울림에 맞춰 다함께 삼보일배를 시작 하였습니다. 왼발부터 한발 오른발 두발 마지막으로 왼발 디디며 절을 합니다.
수행자가 머무는 이곳은 곧 절이 되었습니다. 한배 한배에 온 정신과 마음을 모았습니다. 다행히도 여름의 따갑던 햇살대신 숲안의 시원한 날씨는 팔만가지 번뇌망상에 찌든 우리의 마음을 괜찮다 괜찮다 토닥여 주는것 같았습니다.
그저 숙일수 있는 이 자리가 좋습니다. 마음이 답답할때도 있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 정성뿐인 듯 합니다. 게다가 도반들과 함께 맑은 공기 마시며 기도하니 더 좋습니다.
바람도 불고 때로는 장맛비가 쏟아질것이며 또는 뜨거운 태양이 비출 것입니다. 그렇게 흘러가는게 세상인데 우리의 괴로움도 그냥 흘러 가는것 뿐인데 자연처럼 그냥 내버려두면 되는데 자기 생각을 내려 놓으면 되는데이 모든 상을 내려 놓으려 절합니다.

참 스승이신 대자연의 아름다움 안에서...
그동안 자신만 생각하며 살았는데 세상에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에게 회향하며 살고 싶어졌습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생명은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에. 열심히 정진하고 싶어졌습니다.
대자연이 우리에게 아무 대가없이 나누어 주듯이. 내가 했다는 생각이 없듯이. 간절한 관음정근 소리로 이 산속을 뚫어 지나가는 버스에 우리의 기운을 실어 작은 벌레부터 우리절 저 멀리 북한 동포까지도 부치고 싶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정진하는 주지스님과 도반들의 모습을 담으려니 그 지극한 마음에 감응하여 셔터 소리마저 조심스러워지며 마음이 촉촉해집니다. 하루빨리 많은 사람들이 우리절과 인연이 되어 감사기도를 하는 그날을 그려봅니다.
오늘은 대학원 시험기간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럼에도 저희들을 이끌어 주시려 감포도량으로 달려와 주셨습니다. 시험기간인데 괜찮으시냐고 여쭙자 시험은 평소 실력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투박한 스님의 말투에서 솜털보다 더 부드러운 사랑이 숨어 있습니다. 사심없이 진실된 마음을 보여주시는 열정 가득 우리스님 따르고 따르는 이유가 아닐까요?
긴장한 다리가 뾰족한 돌멩이에 닿자 쥐가 나면서 통증이 왔나 봅니다. 그만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버리자 도반들이 달려와서 발을 주물러 주며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삼보일배가 끝나자 진여성 법우의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의 마음이 올라와 진한 눈물을 흘립니다.
비탈진 곳에서 몸을 주체하지 못해 미끄러져 내려가는 모습은 포착했지만 개구리 모양으로 엎어지는 모습을 포착하진 못했네요. 굳이 넘어져도 스님 앞에서 개구리 자세로 꽈당 했다고 합니다.
스님께서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백기를 드셨습니다. 두시간여의 기도 시간을 10분전에 끝이 나면서 웃음으로 마무리 지어졌습니다.
아프지 않은지 다친데 없는지 물어봐야 되는것 아니냐고요? 직접 보시면 이해가 되실겁니다.우리의 재간둥이 수월성 법우. 연잎 비비기 할때 온 도반들에게 재미있는 입담으로 웃음을 주며 시간 가는줄 모르게 하더니 여기 감포도량까지 와서 몸짓으로 온 법우들의 배꼽을 잡게 만듭니다.
감포도량 숲 전체가 웃음 바다로 번졌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법우들은 기도하는 내내 환희심이 차올랐다고 합니다. 몸이 불편하신분이나 나이가 많으신 분들도 함께하는 기도의 좋은 기운으로 힘들지 않고 한배 한배 할때마다 감사하고 행복 했다고 하셨습니다.
언뜻 시원한 바람이 스쳐 갑니다. 땀이 비오듯 흐르는 주지스님과 법우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오래도록 번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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